[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25) 무신불립(無信不立) 강변식비(强辯飾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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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4-11-04 12:04 조회 123 댓글 0본문
- 김건희 여사 둘러싼 의혹, 대통령 부부 책임 가장 크지만
- 비서실 참모들도 문제…변명, 거짓해명으로 신뢰 실추 부추겨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불거진 의혹이 한두건 아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어디서 어떤게 또 터져나올지 알기 어려울 정도다.
서주(西周)시대까지 중국 고대 4대 폭군으로 이른바 '걸주유려(桀紂幽厲)가 있다. 걸은 하(夏)나라의, 주는 상(商)나라의, 유(幽)는 서주를 말아먹은 마지막 왕으로 오랑캐의 칼에 맞아 죽었고, 주나라 10대 왕인 여(厲)는 유왕의 조부로 백성들의 탄핵으로 폐위된 왕이다. 주나라는 초기의 무왕과 성왕의 강력하고도 건전한 통치로 제후국들을 거느리며 천하의 중심이 된 나라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전제왕권이 계속되다 보니 국가의 기강이 문란해지고 말았다.
주나라 12대 왕이자 서주(西周)의 마지막 왕인 유왕(幽王)은 포사(褒姒)라는 여인에 빠져 왕후 신씨와 태자 의구를 폐위하고 포사를 왕후로, 그녀의 소생인 백복을 태자로 책봉한다. 포사는 포나라의 제후가 주나라 왕실에 죄를 지어, 그 죄를 조금이나마 용서받기 위해 유왕에게 바친포나라 제일의 미녀다. 그녀로 말미암아 중국에는 춘추시대가 열린다.
포사는 절세미인이었으나 좀처럼 웃지 않았다. 유왕은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기위해 온갖 방법을 다 했으나 별무소용. 어느 날 궁녀가 바느질하다 실수로 비단을 찢자 그 소리를 듣고 웃게 되었다. 그후 유왕은 매일 백 필이나 되는 비단을 사들여 찢게 하였으나 그때 잠깐 피식거릴뿐 크게 웃지는 않았다. 이 고사에서 '천금매소(千金買笑)'라는 성어가 유래했다. '천금을 주고 웃음을 산다'라는 뜻으로 어리석게 쓸데없는 곳에 돈을 낭비함을 비유한 말이다.

어느 날 유왕은 포사의 마음을 풀어 웃게하기 위해 큰 연회를 베풀었다. 아랫것들이 술에 취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온갖 짓을 다해 웃기려했으나 그녀는 여전히 시큰둥했다. 포사는그런 분위기가 싫어 누각 난간에서 바람을 쐬며 거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때 유왕의 실수로 방안에서 불이 났다. 그러자 유왕은 불을 끄게 하려고 비상 북을 쳐서 제후들의 군대를 불렀다. 봉건제도하에서 천자(天子)는 제후들에게 토지를 하사하고 제후들은 납세와 국방의 의무, 즉 왕을 보호할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군대가 오기 전에 불이 꺼지자 출동했던 제후들의 군대는 할일없어 그냥 돌아갔다. 이를 지켜본 포사는 박장대소를 했다. 그렇지, 바로 이거야! 포사가 크게 웃는 모습을 본 유왕은 그후 틈만나면 북을 울려 제후들의 군대를 불러 포사를 웃게 했다. 그러다 정작 오랑캐가 쳐들어와 북을 울렸을 때는 아무도 오지않아 서주는 멸망하게 된다.
이 고사가 중국의 '늑대와 양치기 소년'의 프로토타입으로 여씨춘추 신행론(呂氏春秋 愼行論)에 실려있다. 후에 명나라 풍몽룡(馮夢龍, 1574~1646)의 역사소설 동주열국지(東周列國志)에서는 약간 변형된 버전으로 바뀌어 등장한다.
비단을 찢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포사가 좀체 웃지 않자, 유왕은 급기야 누구라도 포사를 웃게 하는 자에게 천금의 상을 내리겠다며 신하들에게 묘안을 구했다. 이때 괵석보(虢石父)라는 간신이 거짓 봉화를 올려 제후들이 허탕치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웃을지도 모르겠다는 제안을 했다.
유왕은 외적이 침입하지도 않았는데 봉화를 올리게 한다. 허탕치고 돌아가는 군대를 본 포사는 과연 깔깔대고 웃었다. 괵석보에게는 약속대로 천금의 상금이 주어졌다.
풍몽룡은 이 고사에서 '천금매소'라는 성어가 유래했다고 한다. 그후 유왕은 포사의 웃음을 보기 위해 수시로 거짓 봉화를 올리게 했다. 그러다 정작 견융(犬戎)이 쳐들어 왔을 때는 아무도오지 않아, 포사는 포로로 잡혀가고 유왕과 태자 백복은 그들에게 잡혀 죽임을 당하게 된다.

논어 안연편에서 자공(子貢)이 정치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공자는 ‘足食 足兵 民信之矣 족식 족병 민신지의)’라고 답한다.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군대를 충분히 양성하며, 백성의 신뢰를 얻는 일’이라는 뜻이다.
그러자 자공이 그중에 부득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이냐고 묻자, 공자는 병비(兵備)를 버려야 한다고 대답한다. 자공이 다시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이냐고 묻자, 식량을 버려야 한다고 답하면서, 예로부터 사람은 죽음을 피할 수없지만, 백성과의 '신뢰가 없어지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無信不立 무신불립)'고 했다.
공자는 나라를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풍족한 경제력, 튼튼한 국방력, 그리고 국민의 신뢰를 들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국민의 신뢰를 가장 중요시했다. 국민의 신뢰를 얻는 가장 좋은 정책은 다름아닌 '정직'이다. 이를위해 맹자는 '억지로 말을 교묘하게해 거짓을 꾸민다'는 뜻의 '강변식비(强辯飾非)'를 경계했다.
필자와 같은 범부가 강변식비하면 농담이 되지만, 정부와 지도자가 그러면 신뢰는 땅에 떨어짐은 물론이고 나라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 지지율이 20%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렇게 된데는 김건희 여사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가장 큰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있다. 하지만 대통령 비서실도 그 책임 결코 가볍지 않다. 대통령이 올바르게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있도록 보좌해야하는 곳이 비서실 참모들이다. 때론 불편하고 껄끄럽지만 직언과 충언도 해야한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런데 갖은 변명과 거짓 해명으로 ‘대통령 변명실’, ‘입벌구(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는 오명까지 들어가며 수습은 커녕 오히려 앞장서서 대통령은 물론 정부의 신뢰마저 무너뜨리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최근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이야기' 1권과 2권, 3권을 잇따라 펴냈으며 현재 4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
출처 : 인사이드비나(http://www.insidevi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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